2020. 3. 16. 07:50ㆍ관광업이야기(항공+여행)
아시아나항공에 2조5천억을 베팅한 HDC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진행한 주주배정 유상증자 2천196만 9천110주, 금액으로는 3천207억 원의 납입을 완료했다고
3월 13일 공시했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움은 현대산업개발이 2조101억원, 미래에셋대우가 재무적 투자자로서 4899억원을 각각 부담한다.
해당 인수금은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6868만 8063주를 사들이는데 3228억원, 나머지 2조1772억원은 유상증자에
사용될 계획이다. 인수 대상은 아시아나항공과 더불어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금호리조트 등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지난 3월 5~6일 구주주 유상증자 청약에서 청약률 105.47%를 기록했고,
신주는 오는 3월26일 상장될 예정이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월 말 1천700억 원의 사모사채 발행을 완료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마련에 착수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유상증자 납입금 3천207억 원,
공모 회사채 발행과 추가적인 인수금융 등을 더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문제는 최근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미 현대산업개발은 기존 인수자금 마련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월 유상증자를 결의하며,
▲보유현금 5000억원 ▲유상증자 4000억원 ▲공모회사채 3000억원 ▲기타 자금조달 8000억원 등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유상증자에서 한 주당 발행가액이 기존 예상보다 낮은 1만4600원으로 책정되며,
유상증자액도 기존 3987억원보다 적은 약 3207억원이 됐다.
이에 HDC는 지난달 28일 당초 계획에 없던 사모사채 1700억원까지 발행한 상황.
아울러 코로나19의 여파로 해외 기업결합심사도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를 인수하기 위해선 보유 노선에 따라 취항하는 각 국가마다 따로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중국·미국·러시아·터키·카자흐스탄 등에서 기업 결합심사를 받는 중이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항공업계가 코로나19의 후폭풍으로 중국 등에서는 최대 3개월까지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승자의 저주 이야기가 슬슬 흘러나온다.
승자의 저주란(Winner's Curse)?
승자의 저주란(Winner's Curse), 법원의 경매나 기업의 인수ㆍ합병(M&A) 등 공개입찰 과정에서 적정한 가치를 웃도는 과도한 비용을 지불해, 경쟁에서 이겼으나, 경쟁 과정(혹은 그 후)에서 과도한 비용이나 대가를 치르는 바람에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
이 말의 유래는 1950년대 멕시코 만의 석유 시추권 입찰에서 나왔다.
당시는 정확한 석유 매장량을 측정할 방법이 없어서 어림짐작으로 매장량을 가늠해 입찰을 했는데
엄청난 비용을 소모하며 시추권을 따내기는 했으나 막상 따내고 보니
석유 매장량이 적어서 과도한 비용만 쓴 결과가 나온데서 유래한 것.
이후 경제에서 이 용어가 자주 쓰였는데 대체로 과도한 비용으로 낙찰을 받았으나 그 이상의 이득을
보지 못할때 주로 쓰이거나 혹은 과도한 비용을 들여 인수합병을 했는데 오히려 인수한 회사가 시너지 효과가
나기는커녕 재정난 등으로 휘청이는 경우를 맞이할때 쓰이곤 한다.
사례 1) 금호아시아나그룹
대표적인 승자의저주 사례 : 금호아시아나그룹
무리하게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그룹외형을 확장시키려고 했지만,
2008년 리만발 금융위기와 함게 과도한 인수 비용으로 인한 자금난으로 그룹 전체가 휘청거렸다.
결국 인수한지 몇 년도 안 되어서 인수했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뿐만 아니라 금호렌터카, 금호종합금융,
금호생명,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 본래 가지고 있던 계열사와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까지
매물로 내놓아야 했다.
사례2) 웅진그룹
웅진씽크빅, 웅진코웨이, 웅진식품등 건실한 계열사를 두며 대기업으로 성장했던 웅진그룹은
2007년 건설회사인 극동건설을 인수한다.
역시나 2008년 금융위기로 금융시장과 주택경기가 불황에 접어들자 2012년 극동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한 것이
문제가 되어 지주회사인 (주)웅진과 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핵심 계열사인 코웨이와 식품사업을 매각하고 패스원 등 기타계열사도 매각하며 사실상 해체된다.
이후 코웨이 재인수 등 재기를 노렸으나 업황과 경영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며 다시 매각했고,
웅진플레이도시 등 확장 했던 사업을 모두 매각해 웅진씽크빅 중심으로의 경영을 결정했다.
2020년 3월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12조5,921억원(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3·4분기 대비 2조8,240억원(28.9%) 폭증했다.
808%였던 부채비율도 1,401%까지 치솟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막대한 결손금(당기순손실 8,239억원)까지 기록하면서 자본총계(8,988억원)가
납입자본금(1조1,162억원)을 밑도는 부분 자본잠식의 늪에 빠졌다. 자본잠식률은 30.1%다.
2조5,000억원을 ‘베팅’한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부채비율 200%대의 ‘정상’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에만 2조1,772억원 쏟아 붙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던 것도 이 때문.
실제로 지난해 3·4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808%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현대산업개발의 노림수가 허황된
얘기만은 아니었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자본확충을 통해 신종자본증권과 차입금을 전액
상환할 경우 부채비율이 28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 처참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실적으로 이 같은 현대산업개발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조1,772억원을 투입해도 부채비율은 473%까지 낮아지는 데 그친다.
인수가 완료된 이후 갚아야 할 한도대출(부채 3,000억원)과 조건부자본증권(자본 5,000억원)만 고려한 수치다.
낮은 부채비율을 등에 엎고 고금리 리스부채 등의 부채를 차환하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시아나항공이
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까지 번진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올해 경영실적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인수·합병(M&A) 업계에서 아시아나항공 주식양수도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모기업이 될 현대산업개발이 향후 2~3년간 현금흐름이 매우 탄탄한 기업이라곤 하지만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경우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미 전례도 있다.
지난 2008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계약금 3,150억원을 지불한 뒤 이를 철회했고,
2016년 소송을 통해 계약금 대부분을 돌려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당초 4월 7일로 예정돼 있던
아시아나항공의 1차 유상증자를 미루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은 언론보도를 통해 인수절차를 계획대로 정상 추진중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고민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이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입국규제 강화가 늘어남에 따라
3월9일부터 모든 국제선 운항을 중단했고, 중단기간을 겨울 시즌이 끝나는 3월28일까지로 잡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어 4월 이후 상황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인 HDC는 손자회사인 에어부산의 지분을 100%까지 늘리거나 또는
2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HDC그룹이 에어부산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데 2천억 원 정도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자금부담 때문에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 전문가들은 항공업황이 악화된 시점에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HDC현대산업개발이 고심에 빠질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한편, 오는 27일 열리는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대폭 전환될 것으로 보였던 사내이사가 대부분
그대로 유지되며, 업황 부진에 따라 안정성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주총에서 한창수 사장과 박해춘·유병률 사외이사를 지속 선임하기로 했다.
다만 임기가 만료되는 정창영 사외이사 대신 최영한 전 아스공항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가 다시 힘차게 날아오르는 OZ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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