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7. 00:01ㆍ해외여행
아우 통가리키 Ahu Tongariki 를 떠나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테 피토 쿠라 Te Pito Kura 이다.
'빛의 배꼽'이라는 뜻을 가진, 해안가에 있는 직경 98cm, 무게 82톤 되는 둥근 돌이다.
만지면 힘이 솟는다는 이 둥그런 돌은 그저 바다의 파도에 의해 둥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이스터 섬을 찾아온 호투마투아 왕이 고향에서 가져왔다는 설이 있다.
돌 근처에 쓰여져 있는 모아이 파로는 석단에 세워진 가장 큰 석상으로 크기 9.8m에 74톤에 달한다.
다시 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하늘이 청명하게 개어 다음 관광지를 관광할 때 더 좋았다.
다음에 간곳이 바로 해수욕장이 있는 해변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아나케아 해안 Playa de Anakena 과 아우 나우나우 Ahu Nau Nau 가 동시에 있는 곳이다.
아나케아 해안은 전설의 왕, 호투마투아가 처음 상륙했다고 알려진 장소로 작고 아름다운 해안이다.
해안의 언덕 위에는 호투마투아상이라고 하는 모아이가 서 있는데 1956년 섬에서 가장 일찍 세워진 석상이다.
근처에는 푸카오(모자)를 얹은 5개의 모아이 석상인 아우 나우나우가 서 있다.
이 모아이 석상을 발굴할 때 '모아이의 눈'이 발견되었고, 이스터 섬 박물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모아이를 바라보며 해변의 경치를 즐겼다.
하필 운동화를 신고와서 시원한 해변에 들어갈 수 없는것이 너무 아쉬웠다.
어차피 차를 2일 렌트했으니 내일 편한옷을 챙겨서 다시 오기로 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비가 엄청나게 오다가 거짓말처럼 개이고 맑았던 날씨는 다시 거짓말처럼 흐려지기 시작한다.
이스터섬 내륙 도로는 길은 좁지만 차가 많지 않기에 운전하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다음 목적지는 아우 아키비 Ahu Akivi 였다.
이스터섬의 중앙부, 황량한 들판 한가운데 서 있는 7개의 모아이 석상.
이 7개의 석상은 호투마투아 왕의 전설에 나오는 히바국의 일곱 부락의 수장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에 걸맞게 그들이 응시하는 곳에는 히바라는 이름이 붙은 세개의 섬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 모아이가 생겨났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건 없으나 늠름하게 선 7개의 모아이 석상과
마주하면서 그들이 일곱 부락의 수장일 것이라는 가설이 자연스럽게 와 닿았다.
갑자기 빗발이 거세어져서 아우 아키비에서는 나 혼자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
다른 동행들은 하차를 포기할 정도로 비가 많이 오기도 했지만, 거대 모아이 석상을 여러개 보고 나니
작은 모아이 석상은 이제 감흥이 떨어져 보이는 듯 했다.
이제 투어의 마지막 지점 오롱고 Orongo 로 향한다.
이곳은 푹 파인 분지지형이 제주도의 성산일출봉 느낌이 났다.
다만 자욱한 안개로 인해 형태를 명확히 판단할 수 없었다.
구름에 쌓여 가려진 오롱고의 분위기가 참 멋있었다.
나는 2일 더 이스터섬에 있을 예정이라 내일 날씨 좋을때 다시 와도 되는데, 동행들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다음 날 이스터섬을 떠나야 했기에 다들 흐린 날씨를 많이 아쉬워했다.
이것으로 데이투어는 모두 끝이나고, 차량 렌트 비용을 동행들과 1/N 하려는데
내가 먼저 비용을 다 지불했기에 1인당 돈을 얼마씩 받았는데, 거슬러줄 잔돈이 부족했다.
잔돈을 찾고 있는데 거스름돈은 됐다면서, 여자 동행두명이 차를 내려서 걸어간다.
이때 사실 조금 짜증이 났다.
내가 없었다면 차도 못 빌리고 면허도 없으니 이렇게 편하게 여행도 못했을 것이고,
심지어 운전도 하루종일 내가 해줬는데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500원 정도의
잔돈은 그냥 너나 가져라 하고 가버리는 느낌을 받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뭐 그냥 아직 어려서 그러려니,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넘겼다.'
숙소 앞에 도착하니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제주도 느낌나는 숙소의 이스터섬 앞바다에서 열심히 사진과 동여상으로 일몰을 기록했다.
생각보다 해가 빨리지고, 어둠이 다가오자 조금 출출해졌다.
이럴 때를 대비해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준비해온 비상식량을 꺼내든다.
이스터섬의 숙소 Hostal TOJIKA 는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부엌고 있고,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등
주방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서, 자유롭게 요리를 해먹을 수도 있다.
이곳에서 키우는 고양이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에는 검은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내가 머무는 내내 자주 나타났는데, 고양이 답지 않게 사람을 아주 잘 따르는 개냥이다.
이 날 처음 만났는데도 와서 계속 몸을 부대끼며 친한척을 하길래 무릎위에 품어주었다.
조금 지나니 바닷바람에 추워하는것 같아서 옷으로 덮어주니 아주 잘잔다.
이 녀석이 깰까봐 여기서 바다소리를 더 들으며 좀 더 시간을 보내고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스펙타클하게 도착한 이스터섬에서의 첫날이 끝이났다.
일정도 많았고, 바쁘게 돌아다닌 것 같다.
2일차는 혼자 일정을 했기에 천천히 여유있게 섬 구석구석 돌아봐야 겠다.
두번째 날 포스팅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