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11. 00:01ㆍ해외여행
달의 계곡투어에서 돌아온 후, 왠지 오늘 점심만큼은 근사하게 먹고 싶던 찰나에
볼리비아 여행자 단톡방에 라파즈의 유명한 스테이크집을 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같이갈 사람을
모집한다고 해서 냉큼 조인했다.
나와 동갑내기 여자분 두분이셨는데, 친구랑 같이 여행중이라고 했다.
여행하며 30대 중반의 동년배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괜히 반가웠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전달받아 내가 먼저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메뉴를 보고 있었다.
위치는 메인 여행자 거리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가게 컨셉이나 느낌이 예전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랑 매우 흡사했다.
볼리비아의 물가치고는 매우 비싼 한끼 식사였지만, 간만에 고기를 먹어서 매우 든든했다.
같이 식사한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저녁에 낄리낄리 전망대를 같이 가기로 하고
다시 각자 여행을 하러 헤어졌다.
참고로 낄리낄리 전망대는 치안이 좋지 않다고 해서,
가이드북에서도 여러명이 함께 가는걸 추천하고 있었다.
오후에는 라파즈의 북동쪽 부분을 둘러보기로 한다.
식민지시대에 조성된 라파즈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인 '하엔 거리'에는 라파즈를 대표하는 5개의 박물관이 모여있다.
통합입장권으로 한 번에 둘러볼수 있으니 여기부터 가기로 했다.
참고로 거리의 이름은 볼리비아의 독립을 위해 독립운동을 펼틴 아폴리나르 하엔 Apolinar Jaen 의 이름을 딴 것이다.
멋진 목조 발코니의 건물과 자갈이 빼곡하게 박힌 좁은 골목길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이 날 대부분의 박물관이 문을 닫아서 이 박물관들은 내일 우유니로 떠나기전 관람하기로 하고
핸드폰 충전도 하고, 따듯한 커피 한잔을 할겸 내부로 들어왔다.
하엔거리와 무리요 광장 관광을 마치고 다시 라파즈의 중심 산 프란시스코 교회와 박물관으로 왔다.
이곳에는 한국어를 제법하는 가이드가 무료로 교회와 박물관 설명 봉사를 하고 있었다.
몇일 전부터 이 친구스케쥴을 맞추어 간신히 약속을 잡고 가능한 시간대에 방문을 했다.
('전욱환' 이라는 한국 이름을 사용하는 이 친구는 볼리비아 여행자 단톡방에서 활동하고있다.)
투어를 마칠 무렵, 이 친구와 어느정도 친분이 쌓인 것 같아서 조심스레 궁금하던 것을 물어봤다.
"당신은 스페인 사람들이 밉지 않습니까? 선조들이 지켜온 문화를 파괴하고 사람도 많이 죽였는데.."
그러자 그 친구가 담담히 대답했다.
"우리 할아버지 스페인 계 사람입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미워할 수 있습니까?"
이미 400년 넘게 혼혈과 혼혈로 섞일대로 섞여서 인지, 스페인 식민시대에 대한 거부감이
우리네가 느끼는 식민시대와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투어를 끝내고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라파즈도 고지대에 있어서, 밤에는 제법 춥다보니 얇은 옷을 몇 겹 더 껴입고, 전망대를 가기 위해
약속 장소로 갔다.
아까 점심을 함께한 두 분과, 한분 더 조인해서 4명이서 택시를 타고 전망대로 향했다.
(나중에 조인한분과는 나중에 우유니 2박3일 투어도 같이 하게 된다.)
전망대에서 택시도 없고 우버도 안잡혀서 그냥 걸어내려가기로 했다.
가이드북에서 치안문제를 이야기 해서 다들 걱정햇는데,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본 건 강아지들과 동네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일반 주민들 이었다.
그래서 아무런 위협도 없지 유유히 평범한 동네의 언덜길을 천천히 내려왔다.
내일은 어느덧 라파즈에서의 마지막날이자 내가 고대하던 우유니로 떠나는 날이다.
젊은 친구들은 10시간이 넘는 버스를 이용하는데,
나는 체력적인면이나 시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선 항공을 이용해서 이동하기로 했다.
남미에도 나라마다 굉장히 많은 저가항공사들이 있어서,
버스비에 비해서 항공권 요금이 많이 비싸지도 않았다.
드디어 10년넘게 꿈의 여행지로 꿈꿔오던 '우유니'를 만난다니 너무 설레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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