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3. 00:00ㆍ해외여행
보고타에서의 4일 차!
어느 덧 시간은 빠르게 흘러
또 내일이면 보고타와 작별을 해야한다.
남미여행 출발 후 19일째 되는날,
이 날은 이번 중남미 3개월여행중 처음으로 사진을 한장도 찍지 않은 날이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못 찍었다.
잠들때부터 몸상태가 예사롭지 않더니 기어코 새벽에 너무 추워서 일어나 옷을 있는대로 다 껴입고 이불과 담요를 덮고
잤는데도 아침에 덜덜떨며 누워있는 나를 발견했다.
너무 추운데, 일어날 기운이 한개도 없어서 추운채로 한 발자국도 움직일수가 없다.
그렇게 떨며 잠에 들고 낮이 되었다.
잠에서 깨었지만 여전히 너무너무 춥다.
있는 힘을 다해서 겨우 일어나서 리셉션에가서 전기장판이 있으면 빌려달라고 하니,
전기장판이 뭔지 모른다.
(그래 쓸일이 없겠지.)
그냥 담요를 하나 더 준다.
아무래도
1. 따듯한 나라(멕시코/쿠바)에 있다가 갑자기 추운나라에왔고,
2. 그런데다가 비도 조금 맞고 돌아다니고,
3. 고도 또한 나에게 익숙한 고도가 아닌 환경에 노출되다보니
여러가지로 인해 크게 병이 난 것 같다.
근데 그냥 어설프게 아픈게 아니고 거동을 한번 하려면 엄청난 정신력이 필요할 정도로 너무 아팠다.
중남미 3개월 여행하며 아팠던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이었는데, 아파도 할 수 있는게 없다는게 더욱 힘들었다.
결국 추가로 받은 담요를 덮고 다시 추위에 떨며 잠에 들었다가 이제는 초저녁에 깨어났다.
리셉션에 가서 혹시 약 없냐고 물어보니,
발포비타민 처럼 물에 타먹는 발포 알약을 준다.
(꼭 물어봐야 주냐. 아까 그렇게 아파했는데 먼저 주지ㅠ)
그래도 이게 어디냐며 감사한 마음으로 약을 천천히 먹으니 걱정 어린 눈빛과 함께 건넨 말.
“약값은 천원이야! 내일 체크아웃할 때 내도되”
이 한마디를 더해준다.
그래, 뭐 천원으로 이 증상이 나을수만 있다면 만원도 줄 수 있지 !
첫날 콜롬비아 일정을 여유있고 넉넉하게 잡았다고 한게 잘 한일이라고 했는데, 이런 이유였다.
아프면 어차피 여행일정 올스톱이니, 온전히 쉴 수 있는 하루가 있다는 것이 다음 여행을 위해서도 천만 다행이었다.
약을 먹고 다시 잠에 들었다가 밤에 일어나서,
아직도 너무 힘들지만, 약 덕분에 조금은 회복된건지 이제는 힘들게 거동은 간신히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다.
뜨거운물이 나오니 좋긴한데, 샤워를 멈출수가 없다.
이 따듯함이 너무 좋기도 하고 물을 끄면 추위가 온 몸을 감 쌀거 같은 두려움에 한참을 따듯한물로 샤워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계속 잠만 잤지만, 이 하루가 나에게는 너무나 긴 하루가 되었다.
여행가서 날씨요정을 만나는것도, 훌륭한 맛집을 가는것도 다 중요하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건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은 하루였다.
샤워를 마치고 다시 옷을 5-6 겹 껴입고 이불과 담요까지 다 덮구 다시 잠을 청한다.
내일 아침에는 에콰도르 키토로 가기위해 아침에 공항을 가야 하는데,
부디 100% 까진 아니더라도 70% 까지만이라도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도해보며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