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4. 00:00ㆍ해외여행
콜롬비아에서의 마지막 날
약을 먹고 자고 일어나니 어제보다는 확실히 나은 기분이다.
오늘은 비행기를 타고 국가 이동을 해야하기에, 일정이 없던 어제보다 더 기운을 내본다.
어제 먹은 물에 타먹는 약이 효과가 있는것 같아, 1알 더 사서 뜨거운 물에 타먹고 난 후
몸을 추스리고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간신히 짐을 다 꾸리고, 5일간의 정든 숙소를 뒤로하고 공항을 가기 위해 우버를 호출한 후 기다렸다.
밖으로 나와보니 보고타에 있던 5일동안 본 유일하게 맑은 날이다. (하필 떠나는날.)
우버를 타고 차로 40여분간 달려 보고타의 엘도라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난 키토로 향하는 아비앙카항공 8373편을 타야하기에 아비앙카 6번 게이트에 내렸다.
AV8373 BOG 14:17 - UIO 16:00
14:17분 출발이라 넉넉히 11시 조금 넘어서 약 출발 3시간전에 도착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줄이 별로 길지 않아서 금방 체크인하고 남은 돈을 달러로 환전한 후, 빨리 라운지로 가서 쉴 생각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많은 체크인 카운터 중에 딱 4개만 열려있어서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를 않는다.
그 마저도 비행시간 임박한 비행편의 승객들부터 우선 처리하느라 더 늦어진다.
몸이 좋지 않은데 장시간 오래 서 있으니 슬슬 짜증이 났다.
평소에 몸 컨디션이 정상이었으면 아무렇지도 않을일이 역시 몸이 좋지 못하니 무거운 짐이
두개 세배로 더 무겁게 느껴졌다.
1시간을 넘게 기다려 간신히 짐을 붙이고, 남은 콜롬비아 페소를 환전하러 갔는데,
여기도 줄이 길었고, 입국 때와 마찬가지로 10손가락 지장을 다 찍는다.
게다가 직원들의 일처리 속도도 매우 느리고, 옆 사람과 웃고 떠들며 일하느라 가뜩이나 느린게 더 느리다.
(아침에 약을 먹길 참 잘한 것 같다. 이날 공항에서는 약 기운으로 버텼다.)
결국 10손가락에 잉크를 다 묻혀가며 지장을 찍고 남은 돈을 달러로 환전할 뒤, 출국심사를 받고 나니
시간은 달랑 30분 남아 있었고, Call sing 에는 Go To Gate 라는 표시가 떴다.
3시간 전에 왔는데 라운지도 못 가보고 비행기를 타러 가야한다니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5분만 있다가 나와도 좋으니 무조건 라운지는 가야겠다는 오기가 생겨서 무작정 라운지로 향했다.
라운지에서 간단한 샐러드와 음료로 목만 조금 축인 뒤,
늦을까봐 비행기를 타러 간다.
출발한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키토에 착륙했다.
공항 입국장에 도착해서 심카드와 약부터 구입했다.
에콰도르는 땅이 넓은 남미국가들 사이에 매우 작은 나라이지만 우리나라보다는 2.5배 정도 크다.
가장 재미있는건 화폐 시스템이었는데, 자국 화폐가 아닌 미국 달러를 공식 국가 통화로 통용하고 있었다.
여느 남미국가들이 그렇듯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지니 기존에 사용하던 수크레(sucre)라는
화폐를 대신해 2000년 1월 에콰도르 정부는 미국 달러를 국가의 공식 화폐로 채택하고 지금까지 달러를 쓰고 있다.
미국달러를 사용하면 화폐시스템에 대한 신뢰로 인해 경제나 물가가 안정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국가의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재정정책이 없어져버린다.
(미국의 연준처럼 돈을 마음대로 찍어서 풀거나 또는 돈을 회수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에콰도르 정부는 다시 자국통화를 갖고 싶어하는데, 국민들은 현재 달러 통화체제가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고한다.
그래서 가져간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바로 사용해서 그 점은 편했다.
키토라는 도시는 안데스산맥에 둘러쌓인 도시로, 만년설의 콕토착시 화산이 있고, 도시 중심부 엘 파네시오 언덕의
꼭대기에는 성모상이 키토를 내려다보고 있다.
키토는 세계최초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인데, 이에 대한 에콰도르인의 자긍심이 대단하다.
에콰도르에서는 뜨끈한 전기장판과 한식을 먹을 수 있는 민박을 예약했다.
몸도 성치 않아서, 민박사장님께 픽업서비스를 요청해서, 공항에서 사장님과 만나서 차를 타고 숙소까지 갔다.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나는 3개월 휴직을 하고 중남미를 여행하고 있고, 무슨일을 하며 어떻게 여행하고 있는지.
사장님은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살게 되었으며, 오신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등등
서로 다른사람에게 많이 했을법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1990년대 후반에 주재원으로 왔다가 너무 좋아서 여기에서 와이프분과 식당 두곳과 민박을 하며 정착하셨단다.
숙소에 가면서 이 나라는 땅도 넓고 자원도 풍부한데 우리나라보다 못 살 이유가 없을거 같은데
왜 한참 못사는지 이유를 물어보니, 사장님이 생각하는 개인적인 견해는 상류층의 독점때문이라고한다.
일반 서민들에게 교육을 많이 안 시키고, 지배 계층은 아직도 자신들의 조상은 스페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국민들은 자기들을 위해 일해주는 노동자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시위가 일어나도 1인당 50불정도 쥐어주면 다 해산을 하곤 하는데 그게 교육의 부재라고 하셨는데,
일부 일리가 있는 말이다.
사실 중남미를 여행하며 자주 느낀 것 중에 한가지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행복해 보인다는 것인데,
선조들의 문화가 침략으로 인해 다 사라지고 언어 종교 등 모든분야에 다 식민 문화를 따르고 있지만,
교육의 부재로 아기를 안고 담배를 피우기도하고, 술을 마시며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이긴 하나
이 또한 많이 가지지 못하고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참 역설적이다. 행복해 보이지만 안타깝다는게.
(어느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굳이 고르라면 나는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삶이 치열하고 팍팍해도 한국에서 그들보다 조금은 덜 행복하게 사는게 더 나을 것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어느새 숙소 근처에 도착했다.
사장님이 자기 식당 2호점 문을 닫고 들어가야 한다고 하셔서 마침 나도 그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다.
여기는 순두부 맛집으로 아주 유명하다고 한다.
몸살기운이 있는 나는 얼큰한 순두부찌개에 본능적으로 끌렸고, 오랜만에 먹는 밥과 식사를 즐겼다.
찌개를 먹고 나니 속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신혼부부와 어르신 한분이 계셨다.
짐을 대충 풀려고 하는데 간단히 술을 한잔 하자고 하신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조금만 마시겠다고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신혼부부중의 남자는 오늘 여행하다가 신용카드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도둑맞은건지 본인이 잃어버린것인지는 확실치 않단다.)
그래서 한국의 은행에 전화하니 이 민박집에서 받아보는데 7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해외에서 카드 사용하면 수수료와 환차 등 쏠쏠하기에 빨리 쓰라고 빨리 보내주는 느낌이다)
내일 관광갈데를 이야기 하다가, 이 곳에 머무르던 아저씨와 일정이 비슷해서
민박집 사장님께 부탁해서 기사 1명을 연결해 달라고 했다.
적도 박물관과 시내관광을 하루만에 빠르게 돌아보려면 그게 효율적일 것 같아 특별 코스를 짰다.
사장님 부부는 아침을 해주시고 일찍 식당으로 출근하셔서 밤늦게 들어오시기에
민박에서 머무는 내내 정말 주인이 없는 집처럼 편하게 머무를 수 있었다.
순두부찌개도 먹고 약을 먹고 따듯한 전기장판위에 누우니, 내일 일어나면 완치가 되어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제보다 회복된 오늘은 앞으로의 남겨둔 일정을 봤을 때, 굉장히 중요한 하루였고
오늘보다 나아질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은 특별히 뜨끈한 곳에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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