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4. 00:00ㆍ해외여행
남미 파나마의 파나마 운하, 북아프리카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지중해 유럽 그리스의 코린트 운하.
세계 3대 운하이다.
나는 세계3대 OOO 이런 테마를 좋아한다.
하나씩 가볼수록 미션을 완성하는 느낌도 들고, 저런 이름을 얻은 건 일종의 보증수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이 없어 가끔 실망도 하기도 하지만, 저런 세계적인 것을 정복하는 것은 내게 즐거운 일이다.)
그리스에 왔으니 고대 아테네 , 스파르타와 함께 가장 번성했었던 3대 도시국가 중 하나인 코린트로 가보자.
(사실 코린트는 바울의 선교여행 중 편지 형식의 글을 엮은 것으로 교인들에게 고린도전서 / 고린도후서 로도 유명하다)
코린트를 가기 위해서는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야 하는데, 아침에 느긋이 일어나 우버를 타고
버스터미널까지 편하게 이동한다.
터미널에 도착하면 대합실에 버스회사마다의 매표소가 보이고 코린트행 버스는 8번 매표소에서 구입하면 된다.
요금은 편도 9 유로
10:40 분 표를 사고 나니, 약간 출출해서 차에서 먹을 음료와 과자를 산 뒤, 아침 거리도 함께 사서 커피와 함께 먹고 출발한다.
코린트 시내에 내리니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코린트 시 법원이다.
법원을 마주 보고 좌측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코린트 유적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30분 정도 기다렸는데 버스가 1대도 오지 않는다.
그래서 가게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요일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저씨의 짧은 영어는 "No bus today"만 외치고 있었다.
보니깐 택시도 없고, 렌트할 수 있는 가게도 없고, 오토바이 렌탈샵도 없는 그런 작은 마을이라 갑자기 막막해져 오는데
갑자기 자주색 벤츠가 내 앞에 선다.
투어 사진 여러 장을 들이밀며 이코스저코스 다 묶어서 어디 어디 데려다주고 얼마를 달란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듣지도 않았을법한 호객행위였지만, 오늘만큼은 이 아저씨가 반가웠다.
일단 영어가 통하는 사람이 왔다는 것과, 오늘이 그리스 여행 마지막이고 코린트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기에
이 아저씨가 마치 구세주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다음 여행자를 위해서 아저씨가 달라고 하는 대로 다 줄 수는 없는 법. 당연히 흥정에 들어간다.
내가 투어를 안 하면 어차피 아저씨도 하루를 공쳐야 하니 적당한 가격선을 맞추면 Win-Win이 되는 셈이니
둘 다 적당한 합의점을 찾아 바로 출발한다.
첫 번째로 간 곳은 고대 코린트 성벽이었다.
가파른 언덕 위 정상에 성채가 남아있었고, 예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코린트 전경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이지만 등산을 좀 해야 하는 관광지였다.
열심히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니 아저씨는 자고 있다.
아저씨를 깨워서 번성했었던 고대 코린트의 유적지로 향한다.
고대 코린트는 걸어서 1시간이면 충분히 다 볼만한 규모였고, 내부 박물관에는 성적인 전시품들도 보관되어 있었다.
폼페이의 야한 벽화가 그렇듯, 도시가 번성하고 부유해지면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인 듯하다.
이때 대한항공 전세편이 3회 운항하여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보게 된 것 같다.
근처의 코린트 교회가 예뻐서 투어 일정에는 없었지만 시간을 내어 들른다.
사랑에 대해 너무나 유명한 고린도전서 13장이 새겨진 돌판을 보니 여기가 코린트라는게 다시 한번 실감 난다.
코린트에는 바울교회가 시내에 하나, 시외에 하나 있는데 시내에 있는 것은 시간상 들르지 못하고
유적지 근처에 있는 바울교회만 들러보았다.
사도바울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을 한다고 생각하니 2천 년 전 바울이 된 것 같아 신기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과연 그는 2천년전 어떤 마음으로 소아시아 (지금의 터키, 그리스) 일대를 돌며 선교활동을 했던 것일까.
이제 기사와 약속한 마지막 투어 장소로 향한다.
바로 오늘의 하이라이트 코린트 운하이다.
여기서 기사에게 돈을 주고 바이바이 하고 코린트 운하 구경 후 운하 옆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아테네로 돌아가면 된다.
운하의 규모는 정말 엄청났고, 다리는 차들이 지나다니고 다리 아래에 운하로 배가 지나다니면서
좀 더 아찔한 감정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깍아내려지는 절벽은 아찔했고, 경치는 예술이었다.
실제로 코린트 운하 다리가 생각보다 많이 진동이 전달되어 무서워서 오래 있지 못하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운하 사이로 배가 지나다니는 장면도 너무 멋있었다.
운하 구경을 마치고 아테네로 돌아가기 위해 터미널에 와서 티켓을 구매한다.
핸드폰 배터리가 부족해 충전을 시키며 터미널에서 파는 각종 기념품을 구경하다가 버스가 와서
버스를 타고 아테네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 내일 리턴 비행편의 웹체크인도 잊지 않고 해 준다!
지나가는 차창 밖으로 코린트의 아름다운 지중해 바다가 보인다.
돌아가서 우선 조금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충전한 뒤, 마지막 그리스의 밤을 즐기러 나가볼 참이다.
마지막 아테네의 밤 이야기는 다음 편에 포스팅 예정이다.